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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책 읽기

소통에 서툰 거북이 같은 당신에게 : 하늘에서 돌이 쿵!

by 곰곰책방 2022.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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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돌이 쿵! - 존 클라센

(이젠 내가 용기 내어 먼저 다가갈 거야)
더 가까이 가볼게.




아이와 함께 읽을 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은 그림책!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림책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이 책은 그림책 치고는 길지만, 금방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숨겨진 내용과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아서 생각해보는 묘미가 있다.
존 클라센의 그림책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유명한 만큼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줄거리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상당히 두꺼운 편이다. 총 5장이 나온다.
등장인물은 거북이, 아르마딜로, 뱀, 외계 생물체이다.

1장 : 돌
거북이는 마음에 쏙 드는 자리를 찾아 그곳에 서있다가 다가온 아르마딜로에게 같이 서있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아르마딜로는 느낌이 좋지 않다고 다른 자리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거북이는 절대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른 자리에 자리 잡은 아르마딜로는 뱀과 함께 있는데, 거북이는 아르마딜로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이에 무슨 말인지 답답함에 거북이가 아르마딜로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순간! 거북이가 서 있던 자리에 큰 돌이 떨어진다.

2장 : 쿵!
커다란 돌에 올라갔던 거북이는 떨어졌고 뒤집힌 채로 있는다. 마침 다가온 아르마딜로가 도와주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거북이는 괜찮다고 거절한다(허세 부림). 돌 밑에서 아르마딜로는 낮잠을 청하지만 거북이는 그마저도 피곤하지 않다고 거절한다. 잠이 든 아르마딜로 옆에서 거북이는 뒤집어진 채로 그대로 함께 잠이 든다.

3장 : 미래를 상상하며
커다란 돌 위에서 눈을 감고 있는 아르마딜로에게, 거북이는 무엇을 하냐고 질문한다. 아르마딜로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고 대답하며 함께 상상하자고 권유한다. 거북이도 함께 눈을 감고 상상해보는데, 갑작스럽게 외계 생물체가 등장해서 꽃을 쏘아버리고 혼란이 일어난다. 이것은 현실인가 상상인가?

4장 : 해넘이
커다란 돌에 기대어 해넘이를 보고 있는 아르마딜로와 뱀. 그들에게 거북이가 뭐 하고 있냐며 다가온다. 거북이에게 해넘이를 보고 있다고 대답하지만, 거북이는 멀리 있어서 듣지 못한다. 거북이는 조금씩 천천히 걸어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리지 않는다. 마침내 도착했지만 이미 해는 저버렸다. 거북이가 "둘이 뭐한다고?"라고 질문하지만 "이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라고 대답한다. 이미 깜깜해진 주변... (이 장면이 제일 웃겼다. 거북 머쓱)

5장 : 자리가 없어
어두운 밤, 아르마딜로와 뱀이 함께 앉아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앉을자리는 없다고 하며 실망한다. 거북이는 자신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하며 반대편으로 걸어가는데, 아르마딜로와 뱀은 묵묵부답이다. 거북이는 아르마딜로와 뱀이 자신의 말을 못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돌아오는데, 갑자기 거북이 뒤로 외계 생물체가 나타난다. 하지만 외계 생물체의 위로 하늘에서 쿵! 하고 돌이 떨어진다.

<질문과 답해보기>

Q1. 각 등장인물의 성향을 소개해본다면?
거북이 : 허세, 완고함, 질척거림, 다소 극단적임, 숨기려 하는데 속마음이 티가 남(안타깝게도 상대방에게 다 읽힘)
아르마딜로 : 배려, 먼저 다가감, 도움을 주려는 편,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함. 선은 있는 것 같음.
뱀 : 타인이 하자는 대로 수긍하는 편, 딱히 의견 제시는 하지 않는 듯함.
외계 생물체 : 알 수 없음. 하지만 마음에 안 들면 강렬하게 쏘아붙임

Q2. 돌은 왜 떨어지나?
아주 커다란 돌은 갑자기 찾아온 고난, 불행 같다.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는 일.

Q3. 나는 어떤 등장인물의 소통방식인가?
아르마딜로처럼 소통하려고 애쓰는 편은 아닌 것 같다. 거북이 쪽이 좀 더 가깝다.
거북이는 다가와주길 바라지만 내 고집을 부리는 편이다. 단어로 거북이의 성향을 표현해보자면 완고하고 자기중심적이고 극단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자기의 욕구를 타인이 알아주기를 바라는데 그 모습이 질척하고 찌질(?) 하기도 해서 짠하다.

거북이가 꽃 옆에 서서 "여기 말고 다른 곳엔 절대 서있고 싶지 않아."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완고하고도 극단적인 부분을 봤다. 살다 보면 "절대, 늘, 다시는" 이런 극단적인 단어를 쓰고도 그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은데, 습관처럼 그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내 생각과 다르게 되기도 하고, 완벽할 수 없고, 처음 생각대로 끌고 가지(고집을 부리기) 못할 때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거북이는 결국 소리가 잘 안 들려서 아르마딜로와 뱀이 있는 쪽으로 가면서 "다른 곳엔 절대" 서있지 않겠다던 자신의 말을 지키지 못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거북이는 어쩌면 소외감이 두려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거북이가 아르마딜로 혼자 있을 때에는 가지 않았는데, 뱀이 나타나서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웃긴 건 거북이는 자리를 옮기고도 "내 자리가 더 좋아." "내 자리가 더 좋다고!"라고 하며 끝까지 허세를 부린다.
처음에 1장에서는 안 들린다고 하며 다가갔지만 결국 거북이는 소통을 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자기주장을 하기 위해 간 것이었다. 하지만 잠시 그 자리를 옮긴 것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으니... 거북이가 잠시 자리를 옮겼을 때 돌이 쿵 하고 떨어지면서, 자신이 서 있고 싶었던 그 자리의 꽃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

마지막 부분에 보면 거북이는 또 아르마딜로와 뱀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은 갈 자리가 없다고 하며 혼자 삐진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 안 들려서 아르마딜로와 뱀이 안 붙잡은 것 같다며 계속 서성이는 찌질함을 보여준다. 아주 질척거림... 나는 이 부분에서 거북이가 참 웃겼다. 내 모습 같기도 해서 말이다. 늘 내가 바라는 것은 티가 나고, 남편에게 들키곤 한다. 그래서 남편은 맞춰주는 편인데.. 난 그림책을 보며 이런 거북이의 모습이 꼴 보기 싫기도(?) 했다. 내가 바꾸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르마딜로는 참 한결같이 "같이 갈래?" "도와줄까?"라고 이야기하지만, 늘 거북이에게 맞춰주거나 휘둘리지 않는다. 아마 거북이를 오랫동안 봐와서 그 성향을 알고 있는 듯하다. 적당한 선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좀 더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에게 늘 끌려가지는 않고, 선을 지키는 것..

나는 거북이에 좀 더 가깝지만, 내가 바라는 소통방식은 아르마딜로 쪽이다.

Q4. 거북이의 변화를 보고 느낀 점?
거북이는 처음에는 들리지 않지만 자신의 고집을 끝까지 주장하기 위해 아르마딜로와 뱀에게 갔지만, 5장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함께 소통하고 싶어서 다가간다. 애석하게도 많이 느리다 보니 해넘이는 이미 끝이 났지만 말이다. 그래도 거북이의 애쓴 모습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거북이는 다가온 관계에 조금은 변화했던 것 같다. 다만 어울리는 게 서툴다 보니 또 미숙하게 반응했지만 말이다.
나는 이 모습을 질척거림과 찌질함으로 생각했지만, 관계 속에서 소통하고 싶은 욕구를 그래도 거북이는 드러내긴 했다고 생각한다.
"아 그렇구나, 둘 밖에 못 앉겠네! 나만 다른 데로 가야겠구나"하고 등을 돌리는데 붙잡아주기를 바라는 욕구가 다 드러난다. "나 다시는 안 올 수도 있어"하며 가지만 애석하게도 아무도 붙잡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너무 멀리 와서 쟤들이 못 들을지도 몰라."하고 다시 돌아서기에 이른다. 가서 다시 안 올 수도 있다며 소리치는데, (붙잡아 달라고, 함께하고 싶다고 외치는 듯한) 이 마지막 장면은 극강의 짠함이...

그래도 거북이는 처음보다는 변화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욕구를 다른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바라고 아무 말하지 않는 것보다, 그래도 비록 티가 나지만 표현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도 상대방이 나의 욕구를 알아주고 채워주길 바라는 미숙한 방식으로 소통했었는데, 나의 감정이 어떻고 어떻게 해달라고 용기 내어 표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4. 뱀처럼 인생을 살면 어떨까?
뱀처럼 타인이 하자는 대로 하고 자기 의사표현 없이 살면 편할까? 모두에게 환영받을까?
난 오히려 뱀의 순둥함이 답답하기도 하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아르마딜로가 물론 이기적이지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아르마딜로와 같은 사람만 주변에 있진 않을 것 같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편이 차라리 낫다고 보는데, 거북이처럼 너무 자기주장이 강한 것도 힘들지만, 없는 것도 좋진 않은 듯하다. 적당한 그 경계가 참 어려운 부분 같기도 하다.
하지만 뱀과 같은 성향의 아는 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는 편인 것 같다. 부담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그런지 두루두루 관계를 잘 유지해가는 듯하다. 나름의 장점은 있지만, 나에겐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나 또한 그 동생을 편하게 생각하고 아끼지만 말이다)

느낀 점

처음 읽었을 때에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숨겨진 이야기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또 새롭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어서 한 번만 읽기보다는 여러 번 읽기를 추천한다.
관계 속에서의 소통방식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수 있어서 유익했는데, 나의 소통방식은 어느 쪽에 속하는지 돌아보면 더 매력 있게 주인공들이 다가오는 것 같다.

외계 생물체는 왜 등장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추측은 '알 수 없는 소통방식'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 왜냐하면 외계 생물체는 대체 어느 부분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부릅뜨고 쏘아붙이는 모습만 나오기 때문이다. 그 쏘아붙이는 대상이 그림책 안에서는 꽃이었지만, 다른 동물들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와 다르고, 이해할 수 없으면 공격적으로 쏘아붙이는 소통방식은 결국 마지막에 돌을 맞으면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돌을 맞지 않았다면 거북이에게 매서운 빛을 쏘았을까? (왜냐하면 거북이가 화를 낼 때 꼭 외계 생물체가 나타난다는 느낌?) 여하튼, 이 소통방식은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해넘이의 색감도 인상적인 부분으로 기억에 남는다. 아르마딜로의 낙천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을 엿볼 수 있다.




아르마딜로라는 이 인물은 관계를 중요시하고, 미래를 떠올리는 상상력이 뛰어난 것 같다.
애석하게도 거북이는 그런 상상력이 없다 보니 화를 내기에 이르는데, 아르마딜로가 떠올린 미래는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하다. 희망에 대한 무언가였을까? 내가 거북이 같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인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상상은 살아가면서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만 너무 매여있으면 낙천적일 수가 없으니 말이다.

내가 좀 더 동경하는 소통방식은 아르마딜로이지만, 거북이는 아르마딜로가 될 수 없다.
다만 거북이는 거북이의 방식대로 느릿느릿 변화를 위해 노력해가지 않을까? 나와 다른 성향의 소통방식을 무작정 부러워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잘 돌아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변화들을 차근차근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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