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고 있잖아 - 장용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애벌레,
나비가 되어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다
간략한 줄거리
사랑에 쉽게 빠지던 14세 소년, 그는 말더듬이라는 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늘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나면 상처만 받아서 이제는 마음을 닫았던 소년. 하지만 그는 '스프링 언어 교정원'을 만나며 새로운 세계와 마주한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연결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소년은 말 더듬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도 내보고 절망도 겪는다. 그리고 버거움에 다시 마음을 닫고 도망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생각지 못하게 인생의 큰 위기와 마주하는데, 공동체의 도움으로 함께 이겨낸다. 그렇게, 소년은 어느 순간부터 세상에 대해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고, 마음도 한뼘 성장해있었다.
질문과 답해보기 & 기억에 남는 문장
Q1. 제목을 보고 느낀 점
왜 나를 무시하냐? 내가 말하는데 왜 끼어드냐?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남편이 자주 하는 말이었다. 남편은 자신이 말을 할 때 내가 제대로 안 듣고 있는 것 같거나, 그에 따른 대답을 안 하고 다른 말을 하면 이 말을 하곤 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좀 미안해지기도 하는 부분.
Q2. 나는 어떤 말을 얼리고 싶은가?
(얼음의 나라처럼 지금 이 말을 그대로 얼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필요할 때마다 더듬지 않은 말을 따뜻한 말에 녹여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술 취하지 않은 엄마의 다정한 말도 얼리고 이모가 내게 해 줬던 모든 말도 얼리고 할머니가 아들에게 하는 말도 얼리고 싶다. 118p)
나는 육아 일상 중에 특히나 자책을 많이 하게 된다. 잠든 아이를 보면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속상하다. 그런 나에게 남편이 "여보는 우리 아이에게 최고의 엄마야"라고 이야기해줬다. 이 말을 얼려두고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 칭찬과 지지해주는 말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참 씁쓸한 부분이지만... 내가 상처받았던 말은 그렇게도 끝까지 기억하면서 나에게 힘이 되는 말들은 잘 까먹어버린다. 좋은 말을 더 기억하면 좋을 텐데...
그래서 이 말을 잘 얼려두고 싶다. 내가 비록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노력해가야 하는 부족한 엄마이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내가 최고의 엄마임을, 그리고 더 사랑하기로 애쓰고 있음을 되새기며 늘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남편에게 내가 했던 날카롭고 예민한 말들을 얼려서 깨부수고 싶다. 산산조각 내버리고 싶다. 남편이 나의 말에 아프다고 이야기했던 날이 떠오를 때면 마음이 무겁다. 가까이 있어서 더 잘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하다. 내가 이미 내뱉고 주워 담지도 못하는 그 말들을 얼려버릴 수 있다면...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남편은 나에게 '말 그릇' 책을 추천해줬는데, 내 이야기가 많아서 미안했다. 조금의 변화라도 해보려고 한다.
Q3. 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그냥 살아라는 말에 동의가 되는가?
(“이모는 왜 살아요?”
“왜 사냐니, 무슨 질문이 그래. 아들. 알려줄 테니 잘 기억해. 왜 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그냥 살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래. 그냥 사는 게 사는 데 있어 가장 큰 이유야. 다른 이유는 없어. 돌멩이가 왜 딱딱한지 아니? 왜 나무는 말을 못 하게? 몰라. 나무도 돌도 몰라. 사람도 그래. 사는데 이유는 없어.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사는 건 피곤해지고 슬퍼진단다.” 101p ~ 102p)
'그냥' 참 대답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한 말인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도 한 말.
어른들은 그냥, 아무거나 이런 말을 참 싫어한다. '그냥이 어딨니 말을 해라!'라고 다그치기도 하고..
나도 남편이 아무거나, 그냥이라고 하면... 때론 싫더라. 답을 내려주면 더 편할 것 같아서.
그냥 산다... 처음에는 이 문장이 좋은 것 같아서 받아 적었는데 질문을 적고 보니, 답답하더라. 그냥 아무 이유도 목적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게 과연 괜찮을까? 피곤해지고 슬퍼지는 것도 때론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외면하고 마음이 편해도 되는 것인가..??
사실 모두가 불완전하고 작고 연약한 존재니까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함을 안다. 그건 신의 영역이니까. 내가 왜 존재하는지 이런 부분도 결국 인간이 답을 내릴 수 없는 영역이 아닌가?
성경에 하나님은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고, 기뻐하셨다고 한다. 하나님의 목적대로 지음을 받았는데, 하나님은, 하나님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하셨다. 그 가운데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나는 그렇게 살고 있나? 잘 모르겠다. 떳떳하게 그렇게 산다고는 말 못 하겠다. 머리로는 아는데 행동과 마음이 잘 안 되는 듯. 그냥 살아라는 이 말이 불편한 이유는 좀 더 돌아봐야 할 듯...
누군가는 나보다 더 오래 살아보니 아옹다옹할 필요가 없었다고. 그냥 사는 것이 맞았다고 한다. 나도 좀 더 인생을 살아보면 언젠가, '그냥 살아'라고 할 수 있을까??
여하튼,,, 나는 그냥 살기 싫으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니 나는 더 성숙해져 가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 서로를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며.
Q4. 내가 만약 스프링 언어 교정원에 간다면 어떤 닉네임을 받을 것 같은가?
스프링 언어 교정원에서는 말 더듬는 사람이 불편해하고 잘 못 내뱉는 단어를 붙여서 이름 대신 부름.
EX. 무연이, 노트, 용복이(용서와 복수)
결국 이 질문은 입 밖으로 잘 내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엔 어떤 단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인데,
나는 자책이.... 매번 나 자신을 탓하고, 남 탓도 자주 하고.. 근데 탓만 하고 쉽게 잘 못 바뀌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습관적인 자책은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끔 나를 갉아먹는 것 같다. 자책하는 버릇은 참 무섭다. 나 자신을 향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향하기도 할 때에는 더 무섭다. 결국 그 관계도 흩뜨린다. 나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남편이 그랬다. 자책만 해서는 결코 변화할 수 없다고. 자책은 당장은 나든 타인이든 누군가를 탓하고 나면 당장은 조금이나마 뭐라도 한 것 같아 벗어나는 듯 하지만 결국 탓을 해서는 제자리걸음이라고 했다.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부터 변화의 시작이라고 한다. 자책은 이제 떨쳐버리고 싶다.
Q5. 불행해지는 진실과 행복해지는 거짓말 중 선택한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할머니의 잃어버린 아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의도치 않게 불쌍한 할머니를 놀리는 건 아닐까 싶어 사실대로 말하려 했지만 무엇이 옳은지 헷갈렸다. 불행해지는 진실과 행복해지는 거짓말 중 무엇이 더 좋은 걸까? 90p)
'불행해지는 진실이 맞지 않을까?'라고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마음은 행복해지는 거짓말을 선택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하지만 행복해지는 거짓말은 결국 현실이 아니다. 허무맹랑한 상상에 갇힌 것이다. 이건 현존하는 것을 외면하는 것인데 언젠가는 깨어지기 마련이다. 비록 불행하더라도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만 할 것 같다. 나는 상상하는 것이 참 어려운데, 그러다 보니 너무 현실에 찌든 것 같기도 하다. 이 질문에서도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내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군..... 불행해지고는 싶지 않은데 이도 저도 선택을 못하겠는 건 나만 그런가?
Q6. 나에게도 스프링 언어 교정원 같은 공동체가 있는가?
나에게는 교회가 그런 공동체인데, 서로가 각자의 연약함을 가지고 살아간다. 교회에는 성숙하고 좋은 사람들도 참 많지만, 때론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다. 결국 잘 살펴보면 모두 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다. 누구나 마음이 아프고 연약한 부분이 있으니까, 근데 이걸 알기는 하지만 막상 나에게 상처를 주면 이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주인공은 서로 연대하며 관계 속에서 자신의 힘든 부분들을 극복해나갔다. 그것은 신뢰하며 마음을 열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마음을 잘 열고 있는가? 코로나로 인해 잘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를 핑계로 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저런 같은 공동의관심사로 모인 비대면 모임들이 있는데 이 코로나 시기에 큰 힘이된다. 같은 목적과 관심사로 만나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내가 속한 여러 공동체를 나도 더욱 사랑하고 싶다.
느낀 점
말더듬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주인공을 나비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상처받아서 움츠러든 작은 애벌레, 안쓰럽고 하찮게만 느껴졌던 그 존재는 알고 보니 아름다운 나비였다며...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였던 것처럼 말이다.
책은 좋다. 그 이유는 내 내면을 돌아보게 해 주니 말이다, 이 책에서도 그랬다. 마음에 들어온 문장도 있지만 내 미간을 찌푸리게 한 부분이 있었다. 내 내면을 건든 것이다. 나에게는 아직 벗어나지 못한 연약한 부분이 건들린 듯하다.
“넌 왜 사냐? 쓸모없고 말도 못 하고 친구도 없고 늘 괴롭힘만 당하잖아. 왜 살아?” (페이지 기억 안 남)
나는 주인공의 반 친구라는 녀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그리고 대신 말해주고 싶었다. "네가 뭔데 감히 나를 다 안다는 듯이 평가해"라고, 어릴 적 말을 잘 못해서 움츠러들어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그 친구를 만난다면 떳떳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데. 어린 시절의 나는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바보처럼 눈치 보고 노심초사했다. 나를 싫어할까 봐.
근데 그 애가 나를 싫어할 수 있는 건데 그때는 왜 그 사실이 그렇게도 힘들고 괴로웠는지... 어린 마음에 그 사실은 큰 상처였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쓴다. 이 사실이 싫다. 떨쳐내고 싶은데 잘 안된다. 언제쯤이면 떨쳐낼 수 있을까?
놀림거리로 살아온 사람은 알 것이다. 놀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들린다. 비웃는 표정이 보이지 않아도 보인다. 그것은 기억에 새겨져 반복 재생되는 비디오 같다. (105p)
나는 이 마음을 아주 잘 안다. 자꾸만 생각나고, 내가 없는 곳에서도 내 욕을 할 것만 같다. 그래서 뭘 하든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했다.
"너는 그냥 재미로 했지만, 그냥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그 한 낱 재미 때문에 너는 한 인격을 살인한 거야." 이렇게 그 친구를 만난다면 이야기해주고 싶기도 한데, 만나고 싶지 않기도 하다. 걔는 모를 것 같다.
멍청해 보인다는 이유로, 느리다는 이유로,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괴롭힌다는 것은 너무나 비겁한 행동이 아닌가?
나는 더 이상 어릴 적의 말 못 하는 어리숙한 아이가 아니다. 네가 어디서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떳떳하게 잘 자라났다. 나에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아직도 어릴 적 그때의 내가 그렇게 안쓰럽고 슬플까. 지나친 자기 연민이라면 버려야 할 마음인데, 그냥 떨쳐내면 떨쳐질까?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꽁꽁 싸매고 있으면 그게 아프고 곪아서 병이되기도 한다.
소년은 상처로 인해 타인을 신뢰하지못하고 고립되는 병에 걸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다행히도 소년은 공동체를 만나고 꾸준히 이것을 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노트에 끼적이는 것이다. 소년은 내가 최근에 열심히 해가려하는 것을 이미 하고 있더라.
소년은 말로 내뱉지 못하는 것, 힘들고 억눌린 마음들을 노트에 쓰며 풀어갔는데, 쓰다보니 자신에게 글재주가 있음도 발견한다.
노트는 그에게는 피난처이고 둘도 없는 친구였다. 노트가 있음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나도 요새는 쓰면서 나의 힘듦을 해소하는 것 같다. 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게끔 한다. 꾸준히 독서와 글쓰기를 열심히 해보려 하는데 삶의 활력소가 된다. 참 감사한 부분이다.
또 나누고픈 것은 소년이 마음을 연 공동체에 대한 것이다. 스프링 언어 교정원의 '스프링'은 봄의 의미가 큰 것 같다. 결국 말 더듬으로 인해 힘들었던 그들은, 공동체로 인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함께 연대하는 공동체의 존재가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말더듬으로 인해 외롭고 힘들었던 차디찬 겨울을 지나 새로운 도약과 새싹이 돋아나는 봄. 그 봄을 맞이하며 옭아매던 것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졌고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비로소 소년의 성장은 노트와 공동체로 인해 가능했다는 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라고 하는 그 누군가에게, 나 또한 노트 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비밀도 공유할 수 있는 따뜻한 노트. 마음껏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고 싶다.
내 아픔도 나누고 당신의 아픔도 나누고...
당신이 곧 맞이할 봄에, 훨훨 나비처럼 날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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