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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지식, 경험 나눔

돌 아기 코로나(오미크론) 확진, 대구 열린아동병원 입원 치료 후기

by 곰곰책방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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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후 감기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건강한 우리 아기,

잠들기 전에 애가 평소와 다르게 심히 날 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열 때문에 힘들어서 하는 행동이었다.

계속 머리를 침대에 박고 특이한 행동을 보이길래 피곤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얼른 자라며 토닥여주고는 억지로 재웠다.

 

새벽 2시가 넘어서 애가 잠을 깊이 못 들었다. 싸한 느낌에 급히 체온계로 재보니 39도가 넘었다.

브라운 체온계에 뜨는 오싹한 빨간색 불빛, 멘털 붕괴..

그날도 코로나를 조심하며 다녔었기에 야외에서 바람을 많이 쐬어서 열감기 기운이 있는 것인가 싶었다.

해열제가 없어서 급히 GS25에서 구입하고 먹였다.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둔한 초보 엄마는 자책에 미안함에 마음이 복잡했다.

 

다행히도 2시간이 지나자 38도에서 조금 더 내려오길래 새벽 4시쯤 다시 아이를 재웠는데, 아침에 재니 다시 39도를 찍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랑은 급히 연차를 쓰고 함께 근처 소아과 병원으로 향했다.

주치의에게 증상을 이야기하니 코로나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는데, 나는 당연히 아닐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전날 나도 미열이 있어서 코로나 자가 키트로 검사를 했었고 음성이 나왔었기 때문이었고, 조심하며 다녔으니까.

 

그런데 코로나 양성이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미접종자여서 그토록 조심하며 다녔는데 결국 걸리고야 말았구나. 교차 복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감기약과 해열제 2종류를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 잘 먹던 고구마 과자도 잘 못 먹고.. 컨디션이 영 좋질 않았다.

 

 

집에 와서도 아이의 열은 좀처럼 내려오질 않았다. 39도까진 아니었지만 장시간 38.5도 이상이었다.

보건소에 전화해서 대면진료 가능한 병원에 대해 문의했고 알려준 병원 중 한 곳에 전화했다. 하지만 자기네 병원은 대면진료가 안된다는 식으로 안내해서 혼란스럽고 화가 났다. 문득 소아과에서 야간에도 코로나 응급 진료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던 대구 감삼동의 열린 아동병원에 전화하니, 우선 대면진료를 와도 된다고 하였다. 이에 급히 준비를 해서 병원으로 갔다. 쌩쌩하기만 했던 우리 아기가 축 처져있으니 마음이 아프고 불안했다. 

 

나는 코로나 확진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병원에 들어가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신랑은 음성이었기에 아이를 데리고 진료를 보기로 했다.(신랑은 걸려도 상관없다고 하며 아이를 안으면서도 마스크를 안 쓰곤 했는데, 결국 3일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진료를 받고 입원 치료를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보호자로는 내가 있기로 했다. 내가 양성이기도 하고, 그 당일에는 증상이 많이 심하진 않았었다. 

 

짐을 챙겨 오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는데, 아이가 고열인 상태로 대기실에 계속 기다렸다. 신랑이 아이가 열이 높은데 수액이라도 미리 맞을 수 없냐고 하니, 입원생활을 함께할 보호자가 오지 않으면 링거를 꼽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부분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아이가 다시 열이 올라서 39.4를 찍었는데.. 수액이라도 미리 좀 맞혀주면 안 되는 건지.... 근데 추측했을 때에는, 아이가 링거를 꼽을 때 많이 놀라기 때문에 엄마가 있어야 그러나 싶기도 했다. 이 부분은 뒤에 든 생각이다) 

 

입원 절차 진행하며 링거를 꼽는데, 마음이 찢어질 듯 힘들었다. 아이도 울고 나도 울었다. 아이가 그렇게 처절하게 우는 것도 처음 봤다. 너무 놀라서 경기를 일으킬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 발버둥 치는 우리 아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의료진들이 코로나 보호장비를 끼고 있어서 아이 입장에서는 더욱 무서웠을 것 같다. 이 순간에 정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후회와 자책도 하고, 우리 아이에게 큰 상처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래도 다행히도 주삿바늘은 한 번만에 꼽았고, 아이가 못 빼도록 기저귀로 감았다. 두 번 다시 입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1인실로 배정을 받았지만 말이 1인실이지 다인실을 혼자 쓰는 것이었다. 1인실이라고 해서 침대가 하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시설은 생각보다 오래된 것 같았지만 아이와 나만 있어서 마음은 편했다. 지인 중에 다인실을 이용했는데 한 아이가 울면 다 같이 울곤 했다는 후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에. 사실 뭐 코로나니까 다인실 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긴 한 것 같다.

 

 

4인실인데 이 상태의 침대가 3개가 있다.

 

 

입원 안내문을 받았다. 보호자가 음성인 경우에 보호장비를 제공해준다고 적혀있었다. 나는 차라리 함께 양성 판정을 받아서 이 부분은 편했던 것 같다. 

 

 

환자복은 따로 없었고, 입고 온 실내복 그대로 생활했다. 아이가 불편한지 계속 링거를 만지작거렸다.

노크로 식사가 왔음을 알려주시는데, 내가 듣지 못했고 인터폰으로 간호사실에 문의하니 이미 놓여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2시간이 지나서야 저녁을 먹었다. (첫 입원생활에 챙길게 뭐 그리도 많은지 정신이 없었다.)

식사는 어린아이는 죽 형태로 제공이 되는 줄 알았는데 도시락 형태였다. 12개월 아기다 보니 저 밥을 다 먹지도 못하고 밥알 조금 먹는 정도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보호자 밥을 신청 안 했을 텐데.... 씁쓸! 아동 밥도 양이 적진 않았다.

(이런 부분은 간호사분이 좀 더 상세히 안내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냥 보호자 밥 신청할 건지만 물어보셨던 부분은 참 아쉽다)

아동 밥은 보험 적용이 되는데 보호자 밥은 적용이 안된다. 졸지에 도시락 2개 먹어야 하는 상황...

냉장고에 넣어두고 내일 먹을까 싶기도 했는데, 남겨두면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절대 안 된다고 적혀있다. 다음날 아침부터는 보호자 밥을 취소했다. 

 

 

나도 약을 먹어야 하니 밥을 많이 먹으려고는 했지만, 긴장이 풀린 탓인지 점점 몸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었다. 고열은 아니지만 미열은 나는 상태여서.. 내 몸이 아픈 상태로 아이를 돌본다는 게 참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미리 신청해놓은 강의가 있어서, 듣고 싶은 마음에 줌으로 강의를 켜긴 켰는데, 처음엔 조금 참여하다가 중간쯤부터 애가 너무 울어서 듣지 못했다. 휴...

 

우리 아이는 낯선 환경에서 잠을 잘 못 자서, 여행을 가면 늘 애착 인형 코비 코끼리를 들고 갔었는데, 이날 깜빡해버린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소름...!!!! 쉽지 않은 밤이 예상되었고 역시나 아이는 잠을 잘 못 들었다. 계속 찡찡거리고 힘들어했다. 링거도 뽑으려고 손에 감긴 기저귀를 만지작거리곤 했다. 

겨우 잠들면 30분 자고, 혼자 침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찡찡거리고.. 그럼 보호자 침대에 있던 내가 부리나케 올라가서 다시 토닥이고 재우고, 다시 깨고 반복. 그래서 결국 새벽부터는 저 좁은 침대에 같이 누웠다. 아이는 나를 코끼리 인형이라 생각한 건지 내 배를 베고 잤고, 나는 아주 불편한 자세로 구부정하게 잠을 자다 보니 잠을 설쳤다. 게다가 새벽마다 지정해준 시간에 열을 재서 간호사실에 이야기를 해야 해서, 진동 알람을 맞춰놨다 보니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몽롱한 상태였다. 정말 간절하게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도 다행히도 늦은 밤쯤부터 아이의 열은 내렸고, 새벽에도 아이의 체온은 안정적이었다. 내 몸과 마음은 힘들지만, 아이의 열이 내렸다는 사실에 안도감도 들었다. 다음날 회진하며 퇴원 결정이 되었을 때 어찌나 기쁘던지. 입원해서 치료받아서 열을 빨리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다행스러웠다. 열을 잡는 데는 수액이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애써주신 치료진께 감사드린다.

아이에게 입원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 그리고 1인실이어서 비용이 좀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코로나 치료비와 약값은 모두 국가에서 지원해주었다.

 

이후에 신랑의 양성 판정과 호흡곤란 그리고 폐 CT까지.. 코로나 때문에 잃어버렸던 일상이 회복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퇴원하고도 아이는 열은 안 났지만 계속 가래도 끼이고 좋지 않았고, 지금도 배도라지즙을 계속 먹이는 중이다. 다행히도 루솔 진한 배도라지즙을 잘 먹어주어서 하루에 2개씩 먹이고 있다. 현재도 우리 부부는 잔기침을 하는 중이다. 신랑은 후각은 돌아왔지만 아직도 미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도 후각은 이전보다는 좋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약탕기를 구매하고 배와 도라지 대추를 달여서 먹는 중인데... 앞으로 후유증이 심하게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젠 면역이 생겼으니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긴 한데, 걸렸을 때 너무 힘들었기에 그 사실이 크게 기쁘진 않은 것 같다. 여하튼 우리 아이가 코로나에 걸린 건 엄마인 내가 좀 더 조심성 있게 다녔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를 안 할 수는 없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전에 코로나 때문에 자제하며 아이와 함께 하지 못했던 것들을 앞으로 많이 해주고 싶다. 

 

혹시나 입원 관련 정보를 찾고 계신 분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상으로 대구 열린 아동병원, 코로나 입원 치료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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